2013년 02월 16일
Microsoft Surface Pro 128GB (2012) 짧은 리뷰
이런 메이저 디바이스는 발매 전후로 리뷰 쌔고 뺐으니까, 그냥 다들 아는 얘기는 안 하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점 등등 짧게 써보겠습니다.
1. 만듦새가 뛰어나다고 모든 리뷰어가 말하겠지만, 이 부분에서 좀 강조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씁니다. 하드웨어 마감의 완성도에 있어 현재 서피스 제품군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기기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말 그대로, 압도적으로, 다른 타블렛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제 상상으로는 메간 폭스나 에바 롱고리아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정도의 손맛일 것 같습니다. 보드가 휘는 경우는 단연코 없습니다. 손으로 꾹 누른다고 플렉스가 느껴지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바디 상단을 따라 슬릿 형태로 위치한 사이드 벤트를 보면 기계적 아름다움까지 느껴집니다. 종합하자면 묵직한 쇳덩이를 만지는 느낌으로, 고급, 고가의 하드웨어를 중시하는 유저에게 서피스 프로는 일종의 손맛 포르노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손맛과 아름다움은 아이패드를 아득히 능가한다고 생각합니다.
2. 터치를 사용한 Windows 8 Pro는 UI의 유동성과 아름다움으로는 현재 나와있는 모든 OS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만, 분명 아직 버그가 종종 있습니다. 오른쪽 스와이프로 나타나는 바에서 Settings (설정)을 누르면 설정 창으로 진행하지 않고 오른쪽 바가 없어져버리는 현상을 하루에 한 두 번 정도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윈7까지는 이런 에러/버그가 있어서 OS 프로세스가 죽을 땐 새로 시작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윈8의 경우 몇 초 기다렸다가 재시도 하면 괜찮아지기 때문에 짜증은 날 지언정 귀찮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도 자잘한 버그가 있지만, Microsoft의 경우 전통적으로 탄탄한 업데이트를 통해 버그를 잡아낸 역사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좀 줘야 할 것 같습니다.
3. 서피스 프로의 미니 DP는 디지털 오디오 출력이 불가능합니다. 인텔 HD 4000 드라이버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사운드카드로 잡히지 않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4. MicroSD 카드에 SkyDrive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쏘스 폴더를 둘 수는 없으니 결국 C 드라이브에 저장해야 합니다. 128기가가 모자란다고 생각하시면 컴퓨팅 방식을 바꾸시는 걸 추천합니다. 음악은 클라우드로 쓰시고 (북미라면 구글 뮤직 추천, 한국이라면 그냥 스트리밍 하세요.) 야동은 보고 바로바로 지우세요. 요새는 야동 스트리밍 서비스도 존나 좋더라구요. 한국에선 warning.or.kr 뜬다고 화나시겠죠. ProXPN 검색해보세요.
5. 타입커버는 얇은 것 치고는 키감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맨 윗줄에 쓰잘데기 없는 버튼들 (음소거, 재생/정지, 공유 같은 잉여 펑션 버튼들) 한 줄 없애버리고 그냥 터치패드를 더 크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합니다. 자기애가 눈꼽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서피스 터치커버를 사든 타입커버를 사든, 거기 달려있는 터치패드는 그냥 쓰지 마세요. 화납니다. 펜이 굉장히 좋으니까 그냥 그거 쓰세요.
6. 쓰다 보면 당연히 다른 타블렛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뜨거워집니다. 아이패드4를 안 만져봐서 모르겠는데, 그래도 액티브 쿨링이 필요할 정도의 서피스 프로 정도는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이 사이드 벤트 쿨링이 간지 나기도 하고 조용하기도 한데, 그래도 밤에 혼자 쓸 때 아예 안 들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밤에 제가 혼자 있지 않게 누군가 옆에 있어준다면 팬 소리가 안 들려서 좋을 것 같습니다. 딱히 모집한다는 건 아닙니다.
7. 스피커 볼륨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샤워하면서 밖에 세워놓고 틀어놓으면 샤워기 소리에 가려서
8. 디스플레이는 동공이 타들어갈 정도로 밝습니다. 백라이트 70% 정도면 사실 일반 사용으로는 충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9. 파워버튼을 한 번 딸깍 눌러서 Sleep 시키는 시간은 거의 인스탄트라고 보면 되고, 깨우는데 드는 시간은 조금 더 걸립니다. 그렇다고 진짜 뭐 컴퓨터 깨우는 시간이 드는 건 아니고, 1초 정도라고 보면 되는데 이게 모바일 디바이스의 기준으로 봤을 땐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져서 가끔 빡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아 난 컴퓨터를 쓰는 거지" 라고 생각하면 다시 기특하고 착해보입니다. 참고로 콜드 부팅 시간은 한 4초? 5초? 걸리는 것 같습니다. 눈 돌아가게 빠릅니다.
10. 킥스탠드의 각도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무릎 위에 올려놓는 게 아니라면 큰 걱정 없이 쓰고 있습니다. 무릎 위에 올려놓고 서피스 프로를 써야 할 때는 로마 아리스토크라트처럼 비스듬히 소파에 누워있거나 침대 머리받침에 등을 대고 누워있을 때 정도인데, 그럴 땐 어차피 키보드 떼고 타블렛처럼 쓰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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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직 살아있습니다.
-吉
# by | 2013/02/16 08:27 | General Tech | 트랙백 | 덧글(21)